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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전쟁 그 역사를 찾아]1.프롤로그_ 연재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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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전쟁 그 역사를 찾아]1.프롤로그_ 연재를 시작하며

사람은 하늘처럼 존귀… 120년 전 농민들 외침 계승, ‘통일 조국’ 기틀 마련을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하다가 병신년 되면 못가리”

이 가사는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 한반도 땅에 조선의 백성들이 한탄하며 불렀던 노래의 한 대목이다. 갑오년인 1894년에 완벽한 혁명을 이루지 못하고 을미적하다 을미년인 1895년에 나라에 큰 일이 나고 그러다가 병신년인 1896년에 나라가 망해갈지 모른다는 것이다. 갑오년의 동학농민전쟁의 패배가 가져온 백성들의 한이 이러한 노래를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동학농민전쟁은 우리 역사에서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왜 경기일보에서 2014년 갑오년이 시작하자 40회의 연재를 추진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동학의 정신과 그 시대의 실천이 바로 21세기 오늘의 사회에서 다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사상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참으로 우매한 질문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19세기 이래 우리의 전통 문화는 낡고 천한 것으로 인식하고 서양의 학문과 문화는 매우 높은 것으로 이해하였다. 문화사대주의가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천지인(天地人)의 조화를 추구하는 사상과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조화를 통해 자연과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지키려는 우리 전통 사상을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매우 큰 논리적 모순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 역사와 문화는 가장 존중받아야 할 자산이다. 그중에서도 우리 동학사상(東學思想)은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을 하늘과 같이 인식하는 ‘인내천(人內天)’ 사상을 창조하였기 때문이다.

그 어떤 나라와 민족 그리고 시대에도 인간을 하늘과 동일한 가치로 여긴 사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 신화로부터 탄생된 서양의 사상과 철학은 인간과 신의 존재를 철저히 분리시켰다. 인간은 신이 될 수도 없고 신의 존재는 초월적이라는 것이 그들의 사상이다. 그래서 절대적 존재가 이 세상을 창조하고 다스리는 헤브라이즘(Hebraism)이 탄생되었다. 야훼 이외의 모든 신을 배격하고 이 신을 믿는 자들만이 행복하게 살수 있다는 논리는 결국 계급의 분화를 만들어내고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나뉘어 사회를 분화시켰다.

헤브라이즘 보다는 다원주의로 발전한 헬레니즘(Hellenism)은 동서양 문명의 교류와 인간과 신의 조화를 추구하였지만 신과 인간의 영역은 구분하였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신과 인간은 같지 않고 초월자와 피지배자는 다르다는 사상을 계승하였을 뿐이다.

이러한 서양 사상과 달리 19세기 조선 땅에서는 인간과 하늘은 동등하며, 사람 섬기기를 하늘같이 하라는 사인여천(事人如天)의 사상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사상은 단순히 동학교조 최제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이어진 우리 전통의 천지인 합일 사상과 풍류사상(風流思想) 그리고 낭가사상(郎家思想)에 의해 재탄생된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그것은 바로 자각(自覺)이다. 스스로 자신의 삶에 대하여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의 삶은 무엇이었으며 향후 나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 공동체의 문화는 과연 올바르게 발전되고 있는 것인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의 삶은 가능한가? 라는 질문과 그 해답을 얻는 것이 바로 우리 전통 사상이자 동학으로 정리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어느 순간 자신들의 삶이 소수의 잘못된 지배자들에 의해 고통당하고 있음을 깨닫고, 더불어 나라 전체가 외세에 의해 짓밟혀 끝내는 그들의 속국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앎이 그들의 삶을 바꾸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올바르지 않은 사회구조를 타파하고 스스로 하늘과 같은 귀한 존재가 되기 위하여, 아니 비록 삶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존중받는 삶을 살고 싶어서 손에 죽창을 들고 그 넒은 들판에서 봉기한 것이다.

그들의 지도자는 명망있는 인사가 아니었다. 그저 향촌에서 마을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치는 일개 훈도였을 따름이다. 하지만 백성들의 한(恨)과 꿈을 가득 전해 받은 그는 백성의 지도자요 아니 역사의 순교자로 다시 태어났다. 이는 우리 백성들 모두가 지도자요 전사사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횡포를 극복ㅎ기 위한 그들의 투쟁은 황토현 벌판을 시뻘건 피로 물들였고, 죽창을 든 손은 전주성 성문을 깨어 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백성들 스스로 자기 고을을 다스리는 집강(執綱)을 선발하게 되었다. 전 세계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민주주의의 승리였다. 오늘날 지방자치제도와 거의 동일한 집강소 설치는 우리 민족이 얼마나 위대한 민족인지를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권력자들은 백성들의 이러한 변화 발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면 나라가 어찌 되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래서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백성을 죽여 달라고 청나라 군대를 요청하였고, 이들의 군대는 조선 땅에 도착해서 우리 백성을 유린하였다. 이 어찌 나라의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단 말린가? 이 어찌 우리의 군왕이요 관리들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백성들은 그들의 무능함과 배반을 뒤로하고 이 나라를 쳐들어오는 외세와의 일대 대결을 벌였고 승리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저들의 엄청난 화력을 극복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과 투쟁은 그대로 끝나지 않았고 나라를 빼앗긴 이후에도 ?임없이 조선 땅과 나라 밖에서 투쟁하였고 그 결과 해방을 맞이하였다.

우리는 지금 21세기에 살고 있다. 21세기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질문하고자 한다. 과연 우리는 120년 전 그 시대보다 나은 시대를 만들고 있는가? 120년 전 그 시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장담할 수 없다. 120년 전 나라의 백성들 뒤로하고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였던 사람들의 후예가 그대로 권력을 장악하고 있고, 120년 전 우리나라를 지배하기 위하여 호시탐탐 노리던 그 외세들이 지금도 이 나라를 통제하고 있다. 120년 전은 그래도 하나의 나라였건만 120년 후인 지금은 오히려 나라가 두동강 나있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다시 120년 전 갑오년을 생각하고 당시 농민군의 치열한 투쟁을 기억하여야 한다. 그래야만이 2014년 갑오년이 새로운 통일 조국을 맞이하는 기반의 해가 될 것이다.

동학농민전쟁이 전라도 땅에서 시작되었다고 경기도에 120년 전 농민전쟁의 흔적이 없는 것이 아니다. 당시의 흔적이 경기도 곳곳에 배어있어 조국의 독립과 평화를 위해 헌신하였다. 죽창을 들었던 농민군은 깨어있는 시민으로 다시 태어나 노동의 신성함을 알고 문화와 예술을 증진시키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있다.

하여 이번 갑오년을 맞아 동학농민전쟁의 역사성을 계승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사의 흔적을 찾아가 볼 것이다. 경기지역 전체에 동학의 기운은 가득하다. 여주시 금사면 주록리 천덕산에 잠들어있는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의 묘소로부터 동학을 계승하여 3.1만세운동에 헌신하다 모두 순국한 제암리 마을에 이르기까지 경기지역 전체에 인간은 하늘과 동등하다고 생각하였던 수많은 이들의 흔적이 가득하다. 우금치에서 패하였지만 이곳 경기지역에서 다시 백성의 나라를 위해 투쟁하였던 이들의 삶을 찾아내고 멀리 궁벽진 곳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전사들의 무덤을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분들이 진정 원하던 꿈이 무엇인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실천을 무엇이었는지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이것이 바로 2104년 경기일보가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히 120년 전의 역사를 되짚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오늘 우리사회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 과거의 오류를 극복하고 민주시민으로서의 개인의 발전, 조화로운 공동체, 평등한 경제기반, 거짓이 없는 사회, 통일된 한반도 그리고 외세에 의해 강압받지 않는 자주와 평화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그 최전선에 경기도의 백성들이 서 있을 것이다. 120년 전의 기억을 되찾으려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연재를 기획하고 지면을 허락해준 경기도와 경기일보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김산(홍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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