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11] 천도에 들며, 2021년 가을 나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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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1. 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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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교소감

천도에 들며, 2021년 가을 나의 소원.

한상봉-도봉수유교구

“네 소원이 무엇이냐?”하고 하느님이 물으시면, 나는 서슴지 않고 “내 소원은 대한 독립이요”대답할 것이다. “그 다음 소원은 무엇이냐?”하면, 나는 또 “우리나라의 독립이오”할 것이요, 또 “그다음 소원은 무엇이냐?”하는 셋째 번 물음에도, 나는 더욱 소리 높여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 대한의 완전한 자주 독립이오”대답할 것이다.

동학접주로 동학혁명에 참가하였고 대일 의열단체 한인애국단을 이끌었으며 대한민국 임시 정부주석을 역임하였던 백범김구 선생님의 간절했던 소원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는 20년 젊음을 푸른 군복과 오만촉광의 다이아몬드 계급장 하나 그리고 호국의 간성이라는 자부심만으로 휴전선 넘어 통일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2021년 가을 나는 ‘동경대전’을 접하고서 그제야 집앞 지척에 있는 봉황각과 의창수도원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천도교를 알고 싶은 나의 욕구는 발걸음을 도봉수유교구로 인도하였다.

한계절의 시간 안에서 ‘만남-만남’은 삶에서 가장 길었던 계절이었고 내게 너무나 큰 선물을 주었다. 처음 본 진성당 허경일 선생님의 초상화에 “저분은 누군데 왜 저기에 계신 것일까?” 품었던 의아심은 이후 선도사님의 역사를 알고 설교문에서 받은 감동에 나의 영적 할머님으로 모시기로 결심했으며,

혼자 경전을 뒤적이며 읽다가 해월신사님의 대인접물편

“萬心快哉而後라야 能爲天地大事矣인저”(마음이 흐뭇하고 유쾌하게 한울 진리를 느낄 수 있어야 천지의 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부분을 읽으면서는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았던지.

실실 웃으면서 괜히 스스로 대견해 했던 어설프고 유치한 초자 교인이 즐거워하던 부끄러운 밤을 나는 기억한다.

노태구, 임형진 교수님의 통일의 글은 학창시절 스쳐 지나갔던 정치학을 다시금 동학이라는 실로 꿰어 보겠다는 회심을 일으킨 계기가 되었다. 더욱이 의창수도원장님께서는 친히 3.1운동과 독립선언문에 대한 말씀도 절절히 들려주시고 의암성사 묘소까지 안내해주셨는데 그날이 공교롭게도 ‘대신사탄신일’이었다. 앞뒤모르고 이리저리 튀었던 나는 전혀 깜깜한 채 문을 두드렸던 것이었다.

손병희 선생님묘소 앞에서 원장님께서는 국가문화재등록 안내판을 닦으시고는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기도 하셨다. 원장님과 나란히 심고하며 나는 기도하였다.

“선생님 제가 아둔하여 이제야 처음 찾아뵙고 인사드립니다. 대신사님으로부터 시작하여 내려온 천도교가 저에게까지 닿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도교 어른들의 건강 살펴주셔서 교인분들의 더 많은 가르침과 이야기가 저와 후세들에게 전하여져서 천도가 널리널리 알려지도록 지켜주시길 기도 올립니다.”

나는 대문 앞에 있는 천도교도 전혀 알지 못하던 장님이었다.

하느님만을 믿으려 했다면 벽에 걸린 십자가 하나면 족했고 역사와 문화만을 향유하고자 했다면 도선사에 앉아 절과 탑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였다. 천도교 동학은 내게 민족과 통일과 평화를 일깨워주었고 신앙에 대해 막연했던 것들을 명확하게 밝혀주었다. 교구에서 처음 나를 반겨주신 심점례 교구장님과 한규상 전 교구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근래에 들어와 바람이 쌀쌀해지면서 나는 김구 선생님이 자꾸 아른거린다. 평생소원이 독립이셨던 선생님은 일본의 항복소리에 탄식을 하셨다고 한다. 수년 동안 참전을 준비한 그 정성이 펼쳐보지도 못하고 때를 놓쳤다는 것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셨던 것이다. 그간의 고생과 희생을 내가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일본은 항복했지만 우리는 분단과 전쟁 그리고 휴전선을 사이에 놓고 지금까지 미완의 독립인 세월 속에 민족분열의 아픔과 함께 있었다. 바야흐로 시국이 격변하고 때가 이르러 ‘종전선언’에 대한 논의가 국제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독립의 완성이요 민족통일의 시작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 기쁨과 설렘을 어찌 앉아서 눈을 감고 기도만 하며 맞이할 수 있겠는가.

나는 외치고 있다.

2021년 가을! 나는 소원한다.

“깨어나라! 눈감고 기도하는 자 눈을 뜨고 외치자.

일어설 수 있는 자 한걸음 내딛어 손잡자.

손병희 선생님께서 높이 높이 들었던 태극기를 손잡아 흔들고 김구선생님이 소원했던 완전한 자주독립의 기쁨을 멀리 멀리 외치며 ‘종전선언’을 기쁘게 열렬히 반겨 부르고 노래하자!”

나는 외치고 있다.

신인간
신인간

<신인간>은 천도교의 기관지. 1926년 4월 창간된 월간잡지로 천도교의 교리와 역사 뿐만 아니라 당대의 사회적 담론들이 수록됨. 최신호부터 창간호까지 차근차근 소개하여, 동학과 천도교 공부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