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쌀과 북한 Non-GMO 옥수수 맞교환을 제안한다

입력
수정2022.09.07. 오후 7:11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옥수수 박사’ 김순권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은 1998년부터 59차례 북한을 방문해 식량난 해결을 돕고자 옥수수 생산 증대 농법을 전수해왔으나 보수정권 이래 남북 교류가 막혀 누구보다 애를 태우고 있다. 사진은 1999년 9차 방북 때 평남 마옥 옥수수시험장 현장지도 모습. 국제옥수수재단 제공




[왜냐면] 김순권 | 한동대 석좌교수·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

한반도 남과 북의 환경이 너무 다르다. 70년 이상 떨어져 있는 남과 북이 통일되면 얼마나 좋을까! 현재 남과 북은 사이가 안 좋지만, 화해의 첫발을 디딜 방안을 제안해본다.

남한은 쌀 소비가 줄어들어 매년 엄청난 양의 쌀을 저장하고 있다. 올해 가을에 또 400만t 가까이 쌀이 생산될 테고, 매년 수천억원씩 소요되는 재고쌀 저장 비용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우리 쌀값은 국제 시세보다 4배 정도 비싸 수출도 어렵다.

한편 우리의 반쪽 북한은 비료 부족과 자연재해 등으로 매년 쌀이 턱없이 모자란다. 기후환경도 쌀보다는 옥수수(북한 이름 강냉이) 생산이 유리하다. 밤낮 기온차가 심하고 경사지 밭에 물 빠짐이 좋아 옥수수를 재배·생산하는 데 천혜의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다.

통일을 향한 민족의 아픔을 달래고 서로 화합하기 위해 불균형 상태인 먹거리, 주식 문제 해결에 나서보면 어떨까.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남한이, 남한 쌀과 북에서 생산되는 논지엠오(Non-GMO·유전자변형을 하지 않은) 강냉이를 100만t씩 맞교환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북쪽 사정을 잘 아는 농학자로서, 간절한 마음으로 국민과 정부에 호소한다. 북도 자존심을 내세울 게 아니라, 김일성 주석이 약속한 인민들에게 이밥(쌀밥)을 먹여주기 위해서 이런 제안을 진지하게 생각해줬으면 한다.

이런 물물교환이 성사되면 우선 남한은 쌀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북한 동포들에게 옥수수밥 대신 쌀밥을 먹게 해주는 것은 동족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바이고, 북녘 동포들이 이밥을 먹으면서 민족이 하나 되는 길이 다시 열릴 수도 있다. 논지엠오 옥수수를 생산하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 때문에 식품용 옥수수 수출이 막힌 상황인데, 이때가 남북한이 서로에게 필요한 쌀과 옥수수를 교류할 좋은 기회다. 북한의 올해 옥수수 생산량이 부족하다면 다음해 생산해서 갚도록 해도 좋다. 민족 사랑의 물물교환이 이뤄진다면 그 과정에서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 서로 양보하고 나누는 데서 화해의 싹이 튼다. 남과 북도 마찬가지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