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5박6일 영국, 미국, 캐나다 순방이 끝났다. 조문 외교를 나섰는데, '참배'는 하지 못했다. 유엔 총회에서 연설은 했는데 북핵에 대한 해법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관한 메시지도 없었다. 한일 정상 간 회동이 있기는 했는데 알아서 찾아 간 저자세 '30분 약식간담회'이었다. 한-미 정상이 만나긴 했는데 '48초' 동안이다. 그 후에 내뱉은 '욕설'은 세계적인 가십거리가 되었다.
압권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이다. 통상 외국 순방외교 중에는 국내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굳이 하더라도 미래지향적인이어야 한다.
대통령이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을 그릇된 인식과 오도된 사고로 폄하하는 모습을 외신을 통해서 보니 숨이 막힌다. 그러나 윤대통령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라는 한 학생에 집착한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북미관계, 한반도 비핵평화에 집착했다.
그동안 있었던 대통령 순방 때에도 우여곡절과 시행착오가 없지는 않았지만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은 상식을 벗어났고 국격과 품위를 훼손한 일련의 사건들은 그 전례를 찾아 보기가 힘들 정도다.
남북관계의 악화는 폭발 일보 직전이다. 윤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에 대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난하며 매우 거칠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김 부부장은 '비핵화'의제는 남북대화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몇 달 동안 실시된 한미 연합훈련은 20여 차례에 이르고 그 훈련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대북정책의 획기적 전환이 없는 한,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남북관계의 개선은 물론 당국자 간 남북 화해와 협력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질서와 경제 블록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대서양 동맹에 한국, 일본, 호주 등이 가담하고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동맹에 이란, 사우디,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이 가담하는 형국이다. 이와는 별도로 중, 러, 이란의 반패권 유라시아 동맹의 출현이 가시화 되고 있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미중의 전략경쟁 심화는 대만을 둘러 싼 '영토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중간재 공급을 둘러 싼 '경제전쟁'으로 심각한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어느 일방을 맹목적으로 추종해서 우리 스스로 우리의 역량을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도록 동시에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사실상 대리전쟁을 치루고 있는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보복에 보복을 거듭하고 있는 유럽과 러시아는 힘들어지고 미국의 패권은 약화되고 한국은 가혹한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가 되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는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단층선(Fault Line)인 한반도, 조어도를 둘러 싼 동중국해, 중국-대만 양안인 대만해협, 그리고 남중국해가 서로 연동하며 위험한 안보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상존한다.
한반도 군사·경제위기는 점점 더 다가오고 반대로 평화번영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지혜롭고 현명한 대처를 주문한다.
/윤기종 전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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