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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학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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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운대신사와 창도 정신 수운대신사와 창도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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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관리자9
    댓글 댓글 7건   조회Hit 9,319회   작성일Date 22-07-2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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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도 천민도 없이 모두 한울님을 모시고 있으므로 세상의 모든 사람은 근원적으로 모두 평등하다는 시천주(侍天主)의 새로운 가르침은 당시 새로운 삶의 질서를 꿈꾸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적극적인 호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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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학 천도교를 창도한 수운대신사(水雲大神師)의 이름은 최제우(崔濟愚)이다. 포덕(布德)전(前) 36년(1824) 10월 28일 오늘의 경주시(慶州市) 현곡면(見谷面) 가정리(稼亭里)에서, 산림처사(山林處士)로 영남(嶺南) 일대에 그 문명(文名)이 높은 가난한 선비 최옥과 재가녀(再嫁女)인 한씨(韓氏) 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과 재가녀의 아들이라는 출신 성분 등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대신사는 일찍이 어지러운 세상을 구하고자 하는 높은 뜻을 지니고, 세상의 많은 가르침을 얻고자 천하를 돌아다녔다. 이러한 대신사의 젊은 날의 행적은 곧 구도(求道)를 위한 것이었다. 또한 이러한 대신사의 행각을 동학에서는 ‘주유팔로(周遊八路)’라고 부른다.

    주유팔로를 통하여 세상의 많은 가르침과 만나보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러한 기존의 가르침들은 세상의 어지러움을 구할 수 있는 진정한 도(道)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의와 낙망 속에서 세월을 보내던 이 무렵에 대신사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된다. 대신사가 자신의 처가(妻家) 동네인 울산(蔚山)에 머물고 있던 어느 봄날이었다. 세상의 어지러움을 근심하며 울산 인근의 여시바윗골에 있는 정자를 찾아 소일을 하던 대신사는 어느 신비한 이인(異人)을 만나 천서(天書)를 받게 되었던 것이다.


    오늘 그 천서의 내용은 전하고 있지 않지만, 이 안에는 ‘하늘에 기도를 하라(祈天)’는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고 한다. 즉 세상을 구할 도를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니라, 기도를 통하여 하늘로부터, 나아가 안에서 구하라는 그러한 가르침으로 이해가 된다. 이후 대신사의 수행방법은 세상을 떠돌며 가르침을 구하던 행각을 그치고 하늘에 기도하는 수행으로 바뀌게 된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실을 동학에서는 ‘을묘천서(乙卯天書)’라고 부른다. 즉 을묘년(1855)에 하늘에서부터 천서를 받았다는 의미이다.


    이후 대신사는 양산 천성산(千聖山) 내원암(內院庵), 또는 적멸굴(寂滅窟) 등지에서 수행을 하였고, 마침내에는 고향인 경주 현곡면 구미산(龜尾山)에 위치한 용담정(龍潭亭)에서 한울님으로부터 무극대도(無極大道)를 받게 되는 결정적인 종교 체험을 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결정적인 종교체험을 통하여 대신사는 한울님으로부터 세상 사람들을 구한다는 ‘영부(靈符)’와 세상의 사람들을 가르칠 ‘주문(呪文)’을 받기도 한다.

    이때가 포덕 원년(1860)인 경신년 4월 5일이다. 따라서 천도교에서는 이 날을 천도교 원년(元年)으로 삼아 ‘천일기념일(天日紀念日)’로 기리고 있다. 기존의 모든 종교들은 창도자의 탄생일을 기준 삼아 그 종교의 기원으로 삼고 있는데 비하여, 천도교는 대 신사가 득도(得道)를 한 그 날을 기준 삼아 가장 큰 기념일로 삼고 있음이 독특하다고 하겠다.


    대신사는 득도를 한 이후, 거의 1년에 가까운 기간을 수행과 수련으로 시간을 보낸다. 이러한 수행 기간을 거친 후 포덕 2년(1861) 신유년 6월에 이르러 비로소 세상 사람들을 향하여 포덕(布德)을 시작하였다. 양반도 천민도 없이 모든 사람은 한울님을 모시고 있으므로, 세상의 모든 사람은 근원적으로 모두 평등하다는 시천주(侍天主)의 새로운 가르침은 당시 새로운 삶의 질서를 꿈꾸는 세상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적극적인 호응을 받게 된다. 그래서 대신사가 머무는 경주 용담정(龍漂亭)에는 연일 도에 들기를 청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북적이게 되었다.


    이와 같은 포덕과 세상 사람들의 많은 관심으로 인하여 대신사는 경상도 인근의 유생(儒生)들의 지목(地目)과 관청의 탄압을 받게 되고, 포덕 2년 11월에는 마침내 용담을 떠나 전라도 남원(南原) 교룡산성(蛟龍山城) 안에 있는 작은 암자 은적암(隱跡庵)으로 피신하여 한 겨울을 보내게 되었다. 이 곳 은적암에서 대신사는 천도교의 중요 경전인 「논학문(論學文)」·「권학가(勸學歌)」·「도수사(道修詞)」 등을 저술하였다.


    한 겨울을 보내고 다시 경주 용담으로 돌아왔으나, 지속되는 관의 탄압과 함께 포덕 4년(1863) 12월 10일 마침내 조선조 조정에서 파견한 선전관(宣傳官) 정운구(鄭雲龜) 일행에 체포되어 대구 감영에 수감되었다가, 포덕 5년(1864) 3월 10일 대구 장대(將臺)에서 좌도난정(左道亂正)의 죄명을 쓰고 참형을 당하였다. 대신사는 도를 지키기 위하여 순순히 체포의 오라를 받은 것이요, 천명(天命)을 지키기 위하여 참형의 형장으로 스스로 올라가 41세의 나이로 순도(殉道)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대신사는 당시 무너지고 있던 조선조의 전통 질서와 동양을 침범하던 서양의 근대적 질서를 동시에 비판하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신념체계(信念體系)로서의 동학을 창도하게 된다. 대신사에 의하여 창도된 동학은 안으로는 붕괴되고 있는 질서와 밖으로부터 조여오는 외세(外勢)의 침략에 의한 억압을 매우 주체적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질서 체계를 이룩하려고 했던, 우리의 역사 속에 자리하고 있는 ‘자생적(自生的) 근대’의 한 모습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동학은 창도와 아울러 안으로는 조선조의 봉건적인 질서와 충돌하게 되고, 밖으로는 서구의 침략과도 충돌하는 매우 지난(至難)한 고통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렇듯 고난의 길을 걷던 동학은 한때 조선조 사회가 지니고 있던 봉건성과 서구 열강(列强)의 침략이라는 탄압과 무력에 의하여 수많은 동학교도들이 순도(殉道)를 하게 되고, 한때 붕괴의 위기까지 맞이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동학이 지닌 자생적 근대에의 열망을 받아들이지 못한 조선조 사회, 나아가 동양사회는 더욱 가중되는 혼란과 붕괴를 맞이하게 되었으며, 나아가 서구 열강에 의하여 오랫동안 침탈을 당하는 뼈아픈 대가(代價)를 치르기도 했던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혼란과 위기는 한 세기 이상의 시간이 지난 오늘에도 실은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즉 19세기 이후 새로운 모더니티로 제기되었던 양대 이념인 사회주의 체제도 무너졌고, 또한 자본주의 역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므로, 진정 살아갈 바의 올바른 향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음이 오늘의 현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양식 있는 동서양의 많은 사상가들은 이러한 오늘의 시대적 현상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대신사는 이미 140여 년 전, 이러한 ‘위기와 절망’을 매우 선지적(先知的)으로 예감하고, 이에 대안이 될 수 있는 동학을 창도하였던 것이다.


    대신사는 먼저 인류의 역사를 ‘우주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 인류의 역사를 ‘선천(先天)’과 ‘후천(後天)’으로 나누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나아가 우주적인 순환사(循環史)의 관점에서 인류는 이제 막 선천(先天)의 마지막 시대에 서 있음을 설파하였다. 그래서 인류는 선천의 마지막 징후인 혼란과 타락에 빠져 있으며, 이는 곧 후천(後天)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하는 필연적인 모습임을 천명하기에 이른다. 즉 당시 19세기 중엽이라는 문란한 조선조의 사회 모습을 대신사는 선천의 마지막 징후로 인식하였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대신사는 이와 같은 징후가 비단 조선조의 문제만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공동으로 겪고 있는 현상임을 갈파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선천의 시대를 보내고 새로운 후천의 시대를 인류가 매우 주체적으로 맞이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당시 사회에 팽배되어 있던 ‘각자위심(各自爲心)’이라는 세상 사람들의 타락한 심성(心性)을 ‘한울님 마음’으로 ‘개벽(開闢)’할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강조하였던 것이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어느 의미에서 대신사가 지적 한 그 각자위심(各自爲心)이 어느 때보다도 극심하게 팽배되어 있는 시대이다. 따라서 오늘이라는 이 시대는 사회적으로, 이념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지극한 혼란을 겪고 있고, 그러므로 대신사가 주창(主唱)한 ‘다시 개벽’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시대임에 틀림이 없다. 이와 같은 관점으로 보아 대신사의 가르침은 다만 ‘지난 우리의 역사 속’에 있었던 그러한 가르침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할, 무엇보다도 필요하고 또 절실한 가르침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이렇듯 후천개벽이라는 새로운 가르침을 편 대신사를 동학에서는 1세 교조(敎祖)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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