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서는 안 될 자주민임을 선언한다. 민족의 사상적 일대자각으로 창도된 동학은 근세 백년의 국난기에 암울했던 역사와 민중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으로 제폭구민 보국안민의 깃발을 높이 들고 조국의 자주적 근대화와 국민국가의 건설을 위해 위대한 갑오동학혁명을 주도했다.
민족적 전통사상의 주체로서 동학의 확고한 역사적 위치가 있었기에 민족사의 주역으로 구국의 선봉에 서 왔고, 변화하는 역사의 법칙에 따라 다시 한 번 이 시대 개벽의 주역일 수밖에 없다. 동학은 민족 자주의 진취적 기상의 발양을 위해서도, 잠들었던 민족혼을 일깨우고 민족정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도, 편견과 독선, 아집과 위선 그리고 부패로부터 사회문화를 개혁하기 위해서도, 인간과 자연을 조화시키며 새로운 생명의 질서와 생명의 이치로 인간과 우주가 개벽되기 위해서도, 더 이상의 정체와 침묵을 스스로 용납치 않음을 선언한다.
국난의 위기 때마다 이 땅의 호국정신이 민족사 5천년을 보존케 해 왔듯이, 제폭구민 보국안민으로 민족분단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하나의 생명 공동체로의 민족화합과 민족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세계냉전의 종식과 변혁의 전환기를 맞이하여 남북이 이 지구상에서 냉전의 마지막 대결의 장으로 남아서 분단의 장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민족자존과 지성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반세기에 가까운 민족자해적인 남북의 냉전대결구조는 평화체제로 전환되어야 하며, 금세기 안에 이루어야 할 조국통일은 양체제의 혼합․절충이나 흡수가 아닌 남북을 초월하고 포용하는 민족대화합에 의한 인간화의 원점에 선 민족동질성 회복의 통일문화 창출의 새로운 창조적 민족통일노선이 되어야 한다. 오욕과 통한의 세월이었던 36년간의 국권의 상실기나 미․소 양극체제의 예속 하에 냉전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광복 후의 분단사는 모름지기 이 땅의 냉전 편승 세력과 스스로 힘을 기르지 못한 백성들의 책임이며, 외세의 간섭이나 국운으로 변명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동학은 이제 개벽의 대전환기, 인류 역사의 개벽시대가 도래했음을 만천하에 선언하며, 우리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미증유의 엄청난 환경파괴, 인간성의 황폐화의 인류적 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인류구원의 진리로, 아시아의 빛나는 정신적 등불로, 동방의 밝은 빛으로 조국의 융성하는 새 역사의 전면에 나섬을 주저치 않는다.
동학은 인간에 대한 어떤 멸시나 천대, 억압과 착취․소외도 용납하지 않는 결연한 의지와 결의로, 진실한 실천으로, 실종 증발된 이 시대의 도덕과 정의를 찾으려 한다. 근대화와 서구화를 동일시한 일부 몰지각한 국적 없는 지식인들의 오도된 지도노선과 시행착오가 전통가치관의 급속한 붕괴를 가져오게 했고, 이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 사치, 향락, 퇴폐, 도덕과 윤리의 타락이 실로 극에 이르렀다.
가진 자들의 끝없는 횡포와 공직사회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부정부패,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난무하는 폭력, 허무와 냉소주의가 판치는 사회에, 일부 종교까지 혹세무민의 종말론을 들고 나와 국민 불안을 가중케 하는 비탄한 현실 앞에, 동학은 근세 민족사의 진로를 밝히고, 갑오년 동학혁명과 기미년 3.1독립운동, 광복 후 민주통일투쟁의 현장에서 조국과 민족의 제단 앞에 뿌려진 고귀한 피와 30만 순국선열 동덕들의 거룩한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우리의 결의는 평화통일의 기수적 역할, 민족문화운동의 전위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자유 경제를 기조로 경제적 분배정의에 입각한 복지평등을 추구할 것이며, 새로운 생명운동을 통한 건강한 사회, 힘 있는 나라 건설에 앞장설 자담세력임을 선언한다. 동학혁명은 조국의 평화적 자주 민주통일로 완성되며, 정직하지 못한 자들의 국가경영을 용납하지 않으며, 민주화가 통일역량의 원동력임을 의심치 않으며, 사람을 한울처럼 존중하는 새로운 민족사회와 세계평화건설의 개벽역군임을 선언한다.
1991년 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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