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민족통일회는 창립 31주년의 날에 다시 우리의 꿈을 확인한다.
우리는 한울님이 하신 성공의 약속을 굳게 믿고, 수운대신사의 창도 목적을 가슴에 받아 안으며, 해월-의암-춘암 스승님과 그분들을 배워 나선 수백만 선열들의 염원을 온몸으로 떠받들면서, 새 하늘 새 땅에 사람과 만물이 다시 새로운 새 세상을 만들고자, 지난 31년 동안 간단없이 달려왔다.
우리의 선배 선열들은 그렇게 동학 순도선열의 비원을 제물로 하여 봉건의 질곡을 벗어 던지고, 수백만 순국선열의 피눈물을 정화수로 하여 이민족 겸제의 통고를 물리쳐, 빛나는 민족의 자존과 세계 인류 양심의 순선함과 신천지 개창의 운수를 증언하여 왔다.
동학민족통일회는 1991년 5월 11일 이러한 역사적 자산을 계승하며, 웅대한 뜻을 품고 일어섰다.
출범 이후 우리는 그 약속과 그 다짐을 준수하기 위하여 성경신을 다하고, 민족민주 세력은 또 그들대로 노력을 더하여 1994년 남북 기본합의서 체결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 2006년 10․4 공동선언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통일의 큰 봉우리를 만들며 그 산 너머의 동북아평화, 명실상부한 새로운 평화 세계 구축을 위하여 달려왔다. 하여, 사회의 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역사가 되었으며, 생태계의 위기에 대한 인식은 더욱더 심화되었으며, 인권과 생명 존중의 사회풍조도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냉정히 덧셈과 뺄셈을 거듭해 보면, 우리 민족은 수많은 목숨이 아비규환 속에 스러지고 갈가리 찢기는 동족상잔의 참상을 겪고도, 인류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생이별의 비극을 연출하고도, 국토는 여전히 두 동강으로 갈라져 서로가 서로를 질시하고 옥죄는 비극의 세월을 살고 있다.
뿐인가. 우리 민족 분단의 원흉인 세계 냉전체제의 해체 이후 독점적 지위에 올라선 자본주의의 브레이크 없는 탐욕의 질주 속에서, 지금 우리의 삶은 물질의 노예가 되고, 오늘 우리의 마음은 불신의 덩어리로 불타오르고 있으며, 인류의 문명은 지구 어머니의 살을 더럽히는 비루하고 비대한 괴물이 되고 있지 않은가? 그뿐인가. 오랜 냉전의 어둠을 걷어내고 근래 사반세기 내내 한 땀 한 땀 엮어 온 통일 조국의 큰 그림은 최근 몇 년 사이, 과거 회귀의 낙서로 덧칠되고 말아, 분단의 심연이 여전히 깊디깊음을 뼈저리게 재확인하는 세월을 살고 있다.
사회는 또 어떠한가.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의와 명분은 먼 옛날 동화 속 이야기로 치부하고, 오직 승자독식의 사회, 생존 경쟁과 적자생존의 미개한 근대 논리가 판치는 세상이 되고 있지 아니한가. 무엇보다, 우리 동학 천도인들의 지난 31년 성적표를 어찌 결산하랴. 한발의 전진이 없지 않았으나 두 발의 후퇴가 뒤따랐으며, 분골쇄신 일한 날보다 위축되고 방관한 시간이 더 많았으며, 세상 사람들이 달려갈 때 우리는 힘겨운 발걸음을 헤아리듯 톺아가던 길이 더디고 어눌했음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금 약속의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다시금 약속을 제안할 수 있는 적지 않은 자산을 축적하였다. 사단법인으로의 등록, 유수한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북측 천도교, 청우당과의 교류를 통한 신뢰 구축, 청장년 위원의 영입 등등이 그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꿈은 우리의 실패보다 크고, 우리의 의지는 우리의 나태함보다 강건하기에, 작은 성취는 발밑에 묻어 새로운 도약의 거름으로 삼고, 부족함만 드높이 밝혀 내일로 향하는 길의 채찍으로 삼으며, 창립 21주년의 마당에서 우리는 통일조국의 미래, 신문명의 신세계를 다시금 약속하는 것이다. 전국 지부의 결성, 회원 배가 삼배가, 대외적인 연대의 확장과 GO-NGO, PO-NPO를 망라한 총체적인 교류와 협력의 강화는 그 과정에서 필수할 우리들의 과업이다.
31년 전 동학민족통일회는 조국의 통일이 우리 목표의 궁극점이 아니라, 그것은 개벽 시대로의 겨우 출발점임을 확인하였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천도교 전위운동의 전통에 기반하여 민족자주의 진취적 기상을 발양하겠다 하였으며, 잠들었던 민족혼을 일깨우고 민족정기를 되살리겠다 하였으며, 편견과 독선 아집과 위선과 부패를 쓸어내고 사회문화를 개혁하여 인간과 자연을 조화시키며 새로운 생명의 질서와 이치로 인간과 우주가 개벽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를 위하여 민족분단을 종식하고 하나의 생명공동체로서의 민족통일국가를 성취해 내고, 그것으로써 나아가 세계의 갈등과 몰염치와 물욕교폐의 풍조를 치유하여 신문명 문화세계를 건설하겠다고 선포하였다.
거기에 더하여 오늘 31주년의 비전을 선포하노니, 동학민족통일회는 통일을 위한 통일, 승자독식의 강권적 통일 국가 건설이 아니라, 동학혁명을 완성하는 인권, 민주, 평화의 아름다운 통일조국을 지향하는 것이며, 정직과 예의가 바탕이 되며 민주와 자주가 벼리가 되는 문화사회로 달음박질해 가는 통일을 경작하는 것이며, 평화세계의 건설과 생명존중 세계의 구현을 향한 대전진의 한 계기로서의 통일을 건축하는 것이다. 동학의 창도가 이미 인류 역사의 개벽시대의 도래를 명시한 이상, 오늘 동학의 역군들은 조국의 통일을 넘어, 미증유의 생태계 파괴와 인간성의 극단적 황폐화를 지나, 세계 인류에게 희망의 빛을 비추는 등대가 될 것이다.
그것이 동학혁명 이래 동학의 동학군들이, 천도의 개벽군들이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염념불망하던 동학의 꿈이었다. 동학민족통일회의 오늘 약속으로 하여, 우리의 꿈은 이제 인류의 꿈이요 현실이 될 것이다. 아아, 착수가 곧 성공이라 한 선열들의 각오와 예언이 오롯이 지금 우리의 마음임을 밝힌다. 그 마음을 다하여 다시금 한목소리로 목 놓아 부른다. 산하의 큰 기운과 한울님의 무궁한 감응이 우리와 함께하니 기쁘게 하나 되어 한 길로 나서자.